땅끝편지

김도현목사(뿌리의 집 - 해외입양인 사역)

최고관리자 0 1,126 2020.06.23 17:25

이별과 상실

[ 땅끝에서온편지 ]

김도현 목사
2018년 04월 10일(화) 17:26

목사가 입양의 문제를 사역의 본격적 과제로 끌어 않고 사는 일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 묻는다. "입양 보내는 일을 하시느냐?"고. 물론 아니라고 대답한다. 모국으로 돌아오는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해외입양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5년 전 스위스에서다. 교단 파송을 받아 스위스개혁교회연맹 한국담당 목사로 베른한인교회와 제네바한인교회를 목회하고 있을 때였다. 1993년 6월 어느 날, 바젤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하면서 목회를 많이 도와주시던 임희국 교수께서 전화를 하셨다.

"목사님, 바젤에 살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 23살 난 한 여성이 자살을 했어요. 내일이 장례입니다. 한국담당 목사가 와서 조의를 표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날의 전화 한 통이 오늘 내가 살아가는 길이 될 줄 그 때는 몰랐다. 나는 이튿날 바젤로 가서 장례식에 참석했고 입양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이름은 지윤 엥엘. 생전에 알지 못했던 한 입양인과의 만남, 죽은 자와 산 자와의 만남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임기를 마치던 2001년 2월 말까지 7년 반 동안, 스위스에 살고 있던 한국계 입양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자조단체를 조직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배웠다.

그들에게 입양 무엇인지. 한 마디로 그들이 말하는 입양의 본질이란 '이별과 상실'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 중에 어떤 이들은 입양이란 이름으로 제공된 가정과 건강과 교육과 좋은 삶을 얻었습니다. 우리 중에 다른 이들은 입양이란 이름으로 제공된 복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과 슬픔과 좌절의 수렁 가운데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입양이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극입니다. 입양이 행복인 사람과 입양이 비극인 사람에게 모두 해당하는 공통의 기반이 있다면 그것은 '이별과 상실'입니다."

나아가 그들은 모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말했다. "입양은 행복과 성공이니 더 많이 보내야 한다거나 입양은 슬픔과 좌절로 사람을 내어 모는 일이니 해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의는 부질없습니다. 목사님, 먼저 이미 해외로 입양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 말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이별과 상실'의 위기에 내어 몰린 여성과 아동들이 헤어지지 않고 살아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요. 한국 사회와 정부는 입양에 대한 찬사와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펼치기 전에 어떻게 모성과 아동이 이별과 상실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필자는 스위스개혁교회연맹 한국담당 목사의 임기를 마친 후, 영국 버밍엄대학교로 건너가 스스로 목사계속교육의 기회를 가졌다. 거기서 '국제 간의 아동입양과 한국의 친생모'를 주제 삼아 약간의 연구 작업을 했다. 공부를 마칠 무렵 교단에 속한 교우들이 막 설립한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함께 일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돌아왔고, 2004년 2월부터 지금까지 14년 조금 넘는 세월 동안 일하면서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기독교는 입양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도현 목사
뿌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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